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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매우 바람직한 국가대표가 되는 방법
  • 김남훈 기자
  • 등록 2024-08-16 13:27:29
  • 수정 2024-08-26 13: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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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협회로부터 사랑받는 운동선수가 되는 방법
1. 4999만원은 세상에서 가장 큰 돈
올바른 경제감각의 첫 번째는 실제 만질 수 있는 금액의 한계를 정확히 숙지하는 것이다. 4999만원은 세상에서 가장 큰 돈이다. 그 너머는 운동선수가 감히 꿈꿀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따라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거나 국제대회 1등을 하더라도 협회가 정해준 연봉 5천만원은 세상에서 가장 큰 금액을 뛰어넘는 것이므로 감지덕지 할 일이다. 게다가 여기에는 광고수익도 포함된다. 어차피 4999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5천만원이나 100조나 다름이 없으므로 그저 고개숙여 감사히 따르면 될 일이다. 


2. 부상은 정신력으로 극복한다
내 아킬레스건이 늘어났어도 대퇴사두근에 경련이 일어나거나 십자인대가 끊어진다고 하더라도 정신력으로 버텨야한다. 특히 해외에서 일어난 사고라면 운동선수는 팀원과 특히 협회장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 인천공항에서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진통제와 파스로 버티며 협회에서 내준 이코노미를 탈 준비를 해야한다.


3. 화려하고 짜릿한 승부를 만들지 않는다
안선수는 초반에 내주고 후반에 취하는 초반에 상대선수를 종말전으로 몰아붙여 체력을 다 털어버리고 후반에 역전을 취하는 짜릿한 플레이를 함으로써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런 경기는 곤란하다. 자칫 미디어가 협회의 통제를 넘어선 관심을 갖게됨으로써 선수가 이상한 맘을 먹을 수가 있다. 기록은 남지만 기억에 남지 않는 경기를 하는 선수가 되자. 그래야 오래간다.


4. 너무 좋은 성적 예를 들면 금메달을 따지 않는다
자칫 다른 나라 금메달리스트처럼 방송 및 광고 제의로 몸살을 앓을 수도 있다.랭킹 13위의 외국선수는 97억을 벌었다. 하지만 랭킹 1위인 안선수 수입이 1/10인 이유는 협회내 다른 선수들이 위화감을 가지면 안되기 때문이다. 너무 좋은 성적을 내지 않도록 한다. 다만 메달 갯수로 협회가 체면치례를 해야하니 노메달은 피하고 은과 동을 노리자. 


5. 강한 개성과 출중한 매력을 가지지 않는다
자칫 유키즈 같은 곳에서 섭외라도 온다면 선수가 헛된 꿈을 꿀 수도 있다. 
인터뷰 진행시에도  발언은 간결하게 '국민들에게 꿈을 드리고 싶었습니다','회장님 감사합니다' 두 문장 정도만 하고 기사화가 될만한 발언을 하지 않는다. 언론에서 매력을 느끼지 않으면 기사화가 되지 않고 그러면 선수는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


6. 협회의 '정당한 지시'를 따른다
협회의 규칙에 따르면 '정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제명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정당한 지시는 무엇이고 부당한 지시는 무엇인가? 여기에 대한 설명이 없다. 예를 들어 새벽 5시에 임원이 임원으로 있는 배드민턴 동호회에 와서 강습을 한다거나 칠순잔치에서 탕후루 댄스를 추는 것은 정당한지 부당한지 알 방법이 없다. 사실상 '모든 지시'를 따르라는 것이다. 협회가 정한 국가대표 선발기준은 대회성적이 50%, 임원 선발이 50%이므로 지시를 어긴 선수가 국가대표가 될 확률은 0에 수렴한다. 지시를 따르자


7. 국가 지원금 120억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정부지원과 기업스폰을 합하면 연 80억 ~ 120억의 지원금이 나오는데 이 용처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임원들은 출연금이 0원이지만 역시 궁금해하지 않는다. 임원들은 신과 인간을 잇는 천룡인들이므로 그들에게 이의를 제기하거나 의문을 품는 것은 국대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주제를 알아야한다.


8. 은퇴후의 소명
위의 7가지를 잘 따르고 은퇴를 하면 협회에서 그를 '해설위원'으로 추천할 것이다. 국제대회, 아시안게임, 올림픽이 있을 때 마다 KBS,SBS,MBC 아나운서들의 인스타그램에 함께 한 사진이 올라갈 것이다. 7가지 계명을 잘 따르고 지킨 덕에 얻게 된 명예로운 훈장이다. 여기저기 들어가 있는 단톡방에서 '위원님 너무 멋있어요'가 폭주할 것이다. 그리고 종종 주제를 모르고 설치는 어린 선수들에게 '혼자서 금메달 딴 거 아니다. 협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같은 발언을 하면서 군기반장 역할을 한다. 어차피 선수는 몇 년 지나면 사라질 것이고 협회는 계속될 것이기에 후자에 있는 것이 따뜻하고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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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pourquoimoi2024-08-22 12:52:49

    적극 동감합니다. 훈프로는 기사까지 잘 쓰시네요! 감사합니다. 자주 기사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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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fhdnsalfo2024-08-16 16:00:07

    김남훈 기자님 좋은 기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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