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조직적인 여론 조작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와 더불어, 국가정보원(NIS)과 여러 사이버 보안 기업의 합동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가짜 언론사 웹사이트를 비롯해 다양한 방법으로 국내 여론을 조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은영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와 홍석훈 국립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연구팀은 ‘한중 경쟁산업 분야에 대한 인지전 실태 파악’ 보고서에서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스마트폰, e커머스 등 한국과의 경쟁이 치열한 산업 분야에서 조직적으로 한국 기술을 폄하하는 댓글을 작성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망한다, 알리 적극 도입해야한다 댓글 누가 썼나
김은영 연구팀은 2023년 6월부터 2024년 8월까지 1년간 네이버, 유튜브, 네이트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서 '알리', '테무', '전기차', '배터리', '삼성', '샤오미' 등 양국의 경쟁 산업과 관련된 키워드가 포함된 기사에 달린 댓글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식 아이디와 프로필 특성, 언어 습관, 기계 작성 의심 등 10가지 기준을 적용해 중국 계정으로 의심되는 계정을 선별했으며, 네이버에서 수집된 70개의 관련 기사에서 총 77개의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계정을 발견했다.
이 계정들은 주로 한국 산업을 폄하하고 중국 산업을 지지하는 댓글을 달았다. 예를 들어, 전기차 관련 기사에는 “현기차는 긴장해야 한다”, “현기차 10년 내에 망한다”와 같은 부정적인 댓글이 반복적으로 달렸으며, e커머스 관련 기사에서는 “국내 업체의 가격 올리기에 지쳤다”, “알리·테무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댓글로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홍보하는 반면, 한국 전자상거래를 비판했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서도 “삼성보다 중국 업체가 더 앞서 있다”는 댓글이 자주 발견되어 중국 기술의 우위를 강조하고 한국의 기술력을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드러났다.
정치적 갈등을 유발하는 갈라치기 전략
연구팀은 이러한 계정들이 한국 내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겁주기’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전략은 미국과 한국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한국 정부의 정책적 실수나 불이익을 부각해 한국 경제의 위기를 조장하고, 한국이 중국과 협력하는 것이 경제적 생존에 더 유리하다는 인식을 퍼뜨리려는 의도를 담고 있었다. 또한, 현재 정권의 친미·친일 정책에 대해 “미국과 일본의 속국이 됐다”는 댓글로 정치적 갈등을 유발하는 ‘갈라치기’ 전략도 사용됐다. 중국에 비판적인 보도에 대해서는 기사 내용이 아닌 언론사를 비난하는 ‘버리기’ 전략으로 언론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려 했다.
또한, 유튜브에서는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계정 239개가 조직적으로 활동하며 한국 내 정치적, 젠더적, 지역적 갈등을 부추기고, 한국을 비방하는 키워드를 반복해서 사용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여론 조작 활동이 한국 내 여론을 왜곡하고 정치적 불안을 조장하여 중국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한국 포털사이트 '다음'인데 중국응원 클릭이 10배?
특히, 작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도 중국의 여론 조작 의혹이 제기되었다. 8강전 당시 클릭 응원 건수 약 3천130만 건 중 중국 클릭 응원은 93.2%(2천919만 건)로, 한국 클릭 응원(6.8%, 211만 건)을 압도했다. 카카오는 경기 당시 다음 스포츠 '클릭 응원'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 해외 IP 2개가 전체 해외 IP 클릭(1천993만 건)의 99.8%인 1천989만 건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 중 네덜란드 IP가 79.4%(1천539만 건), 일본 IP가 20.6%(449만 건)의 클릭을 기록했다. 이들 IP는 심야 시간대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해 응원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카카오는 이와 관련해 경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을 밝혔다. 한중 남자 축구 외에도, 여자 축구 한국 대 홍콩전에서 홍콩 응원 비율이 91%에 달하고, 남북 대결에서 북한 응원 비율이 75%에 달한 점도 외부 세력의 개입을 의심케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해외 세력이 가상사설망(VPN)을 악용해 우회 접속하거나 매크로 조작으로 중국 응원 댓글을 대량 생성하는 수법이 활용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만든 '가짜 한국 인터넷 언론사' 38개
이런 가짜뉴스들은 댓글을 벗어나 더 위헙적인 형태로 다가오기도 한다. 작년 11월 국가정보원(NIS)에 따르면, 중국이 아예 가짜 인터넷 언론사를 만들어서 다양한 형태의 허위 정보를 유포하며 한국 사회에 혼란을 초래하려고 한다고 발표했다. 예를 들어, '서울 프레스(Seoul Press)'와 같은 사이트는 한국 언론사처럼 보이도록 위장해 신뢰성을 높이고, 다음과 같은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
1. 미국 관련 가짜 뉴스: “주한미군 세균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깜깜이 실험’”이라는 기사는 주한미군이 비밀리에 부산에서 생화학 실험을 하고 있다는 허위 정보를 퍼뜨렸다. 이는 불안감을 조성해 한국 내 반미 정서를 자극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었다.
2. 한국 정부 비판 기사: “한국은 주권 국가인가? 아니면 미국 식민지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는 한국이 미국에 의해 통제되고 있으며 주권을 상실했다는 식의 주장을 내세워, 한국 내 자주권 논쟁을 일으키고 정치적 불안을 조장했다.
3. 경제 관련 허위 정보: 한국의 주요 기업이나 산업이 중국 기업보다 뒤처져 있다는 기사를 지속적으로 게시해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대하려 했다. 예를 들어, “삼성보다 중국 업체가 더 앞서 있다”는 내용의 기사들은 한국 기술을 폄하하고 중국 기술의 우위를 강조하는 데 사용됐다.
이러한 가짜 뉴스는 단순한 사실 왜곡을 넘어서, 한국의 정치적·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키고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데 사용되었다. 국정원은 이러한 활동이 중국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으며, 정부와 정치권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여론 조작이 극단적인 비극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불교국가 미얀마에서 벌어진 로힝야 대학살
2017년 미얀마에서 벌어진 로힝야 참극은 국제사회가 경악할 정도로 잔혹한 인권 유린이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내 소수 무슬림 민족으로, 오랜 기간 차별과 박해를 받아왔지만 2017년에는 가짜뉴스와 혐오 발언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격히 확산되며 극단적 폭력 사태로 이어졌다. 페이스북 등 플랫폼에서는 로힝야족이 불교 신자들을 공격하거나 테러를 자행했다는 거짓된 정보가 빠르게 퍼졌다. 이러한 허위 정보는 미얀마 군부와 극단주의 불교 민병대에 의해 이용되며 폭력 사태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됐다.
그 결과, 미얀마 군부는 로힝야족에 대한 대규모 군사 작전을 펼쳤고, 이로 인해 약 1만여 명의 로힝야족이 사망했다. 마을은 불타올랐고, 주민들은 총과 칼에 의해 무자비하게 살해되었다. 특히, 여성과 어린이들은 성폭행과 고문을 당한 후 살해당하는 잔혹한 범죄의 희생자가 되었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이와 같은 폭력 행위를 집단 학살(제노사이드)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약 74만 명 이상의 로힝야족은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피난길에 올랐으며, 방글라데시 국경을 넘기 위해 강과 밀림을 횡단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탈출 도중 굶주림과 질병,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방글라데시의 난민 캠프에 도착한 생존자들은 과거의 충격과 고통 속에서 살아가며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한덕수 총리 범정부 TF팀 구성 지시 1년이 지났지만
이처럼 중국의 의한 여론 조작 및 가짜 뉴스는 문제가 심각하지만 정부를 비롯 정치권은 제대로 된 해법을 내지 못하고 있다.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의 한·중 축구 경기와 관련해 포털 ‘다음’에서 수천만 건의 중국 응원 클릭이 발생한 것에 대응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여론 왜곡·조작 방지 대책’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긴급 지시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도 구체적 성과는 없다. 심지어 국정원이 지목한 가짜뉴스 사이트 서울 프레스는 지금도 버젓이 접속이 가능하다. 주무부처라고 할 수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위원장 공석 사태가 이어지면서 제대로 된 일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지난 10월 포털 댓글 국적 표기법을 발의할 것을 시사 했으나 의석 과반이상을 차지한 민주당이 반대할 가능성이 커 통과가 불투명하다.
지금 막지 못하면 앞으로 영원히 막지 못한다
중국의 이런 여론 조작은 현재는 발화자의 다소 부자연스러운 문장구성 등으로 접하는 즉시 또는 사후에 라도 검증이 가능한 단계지만,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탐지가 불가능한 수준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과 함께 AI분야에서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텍스트 기사를 벗어나 사진, 동영상까지 조작된 정보, 뉴스들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면 정치적·경제적·외교적 혼란을 넘어 미얀마의 비극에서 보듯 끔찍한 사태가 일어날 위험도 존재한다. 정파를 떠나 정치권의 대오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기사에 8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댓글에 국적 표시 해야된다고 봅니다
심각하네요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챗GPT에 중국인 누군지 잡았는지 자료 분석 달라고 했는데, 자주 확인 해 생각.
홍콩, 대만에서 저런일 자료를 모아서 분석을 하면, 참고 자료가 나올 가능성? 한국에서 시도하기 전에 먼저 한 곳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포털 기사 댓글과 커뮤니티 카페 sns 등에 존재하는 중국측 여론조작에 가짜 언론사의 허위 기사 등을 방치하는 압도적 의석을 가지고 있는 당이 배후는 아닐지 의심스럽네요.
중국 댓글에 관해 말만 무성하고,
그 대책에 관한 얘기는 아직 못 들어본 것 같아요.
정치권도 정부도 수사기관도 움직임이 없는 건가요?
언론들이라도 더 많이 푸쉬해서 일망타진해야할 것 같습니다.
와.. 기사내용 충격적입니다 ㅠㅠ
제발 대통령은 멍청해도 유능한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이 심각한 문제 잘 해결해 나갈 수 있길 간절히 바라게 되네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이런 사실을 왜 그냥 방치하고 있을까요? 압도적인 댓글들을 보면 질려서 그냥 나와버리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어요 리자이밍 옹호 기사에 아예 엄두도 못내게 추천수 찍어 놓고 리자이밍 만세하면서 여론조작 일삼는 중국 휴대폰들에 제동을 걸어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