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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 불운, '김건희정권'의 몰상식
  • 김선 논설위원
  • 등록 2024-09-13 00:22:46
  • 수정 2024-09-24 17: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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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건희의 마포대교 출몰, 눈치가 없는게 아니라 국가를 통치하는 중
  • - 국민여론, 언론, 여야 반응 모두 부정여론이 압도, 김건희로 이뤄진 '국민대통합'
  • - 대통령은 의정갈등에 여당패싱, 영부인은 대통령 노릇이니 여당도 답이 없어

김건희 여사가 마포대교를 ‘비공개’ 로 ‘순시’한 일로 시끌시끌하다. 

둥근 뿔테안경에 흰 셔츠를 입은 김여사는 서울시 119 구조단을 방문해 근무자들을 격려하고 현장도 돌아봤다. 떡볶이와 튀김 등 간식을 사들고 가서 근무자들과 나눠먹었다. 대통령실은 홈페이지에 여사의 순시 사진 18장을 공개하고 보도자료도 뿌렸다. 허리에 손을 올린채 어딘가를 응시하며 손짓을 하는 김여사. 여사의 바로 뒤에서 경호원이 팔을 벌려 자전거로 퇴근하는 시민을 제지한다. 한 장의 블랙코미디와 같은 장면 속에서 김여사는 “앞으로도 문제를 가장 잘 아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 “현장에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 고 공무원들에게 말했단다. 현장시찰과 시설개선 업무지시. 이것은 대통령의 말이어야 한다. 참으로 가관이다. 


대통령부인 김건희 여사께서 마포대교를 방문하시어 공무원들을 친히 격려하시고 시설물의 안전상태를 점검하시었다. (복부에 힘을 주고 리듬감있게 읽어보자. 뉴스도 강력한 어조로 전달하는 그 어딘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사진: 대통령실)

김여사 마포대교 출몰 사건에 대한 반응은 여야, 성별, 세대,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를 막론하고 부정적으로 들끓었다. ‘제발 나대지 마라’, ‘뭘 잘했다고 기어나오냐’, ‘대통령 놀이 그만하고 죄값을 받아라’ 같은 반응은 그나마 온건한 편이다. 몇몇 댓글에서는 심각한 수준의 욕설까지 보일 정도다. 

여권의 반응도 오랜만에 일치하고 있다. "제발 좀 가만히 있으면 안 되나"(유승민 전 의원), "국민앞에 사죄하고 용서를 빌 때"(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자중이라는 게 없는 것 같다"(익명의 여당 의원) 는 반응들이다. 언론도 한 목소리다. 중앙일보는 "사과가 먼저" 라며 일침했고, 경향신문은 "통치자같은 행보" 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의 오랜 숙원인 '국민대통합' 이 김건희 여사를 통해 이뤄진 것 같다. 


여권 일부와 용산에서 방어를 시도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논리도 힘도 없다. 기껏해야 ‘뭐가 그렇게 잘못된 거냐’, ‘원래 영부인이 그런 일 하는 거 아니냐’ 며 얼버무리는 정도다. 


만약 내가 지금 국민의힘 국회의원이라면 어떨지 상상해본다. 

이 정권이 잘해서 다음번에 정권재창출을 하고 본인도 재선하고, 언젠가는 장관이나 총리까지 되는 것을 꿈꾸는, 지극히 정상적인 야망을 가진 여당 인사라면 지금 속으로 미칠 지경일 것이다. 

근거가 모호한 의대정원 2천명 증원 옹고집으로 추석민심은 험악해서 지역 내려갈 일이 갑갑한데, 대통령은 계속 과격한 인사들만 장관 자리에 임명 중이라 국회에서 방어하기가 고역이다. 게다가 당대표를 패싱하고 자기가 편한 사람들과 따로 저녁을 먹고, 그 내용을 언론에 흘리는 바람에 당정청 공조같은 건 시작도 못하게 생겼다. 게다가 영부인은 수많은 거짓과 비리 혐의에 디올백 뇌물수수 대형사고를 쳐서 총선을 말아먹었는데 자중하기는 커녕 마포대교에서 공무원들을 거느리고 순시를 한다. 

  

9월 12일,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의 윤석열 대통령. '동성애는 공산주의 혁명수단' 이며 '진화론은 근거가 없다' 는 신념을 가진 이가 인권위원장이란다.(사진: 연합뉴스)

아무리 야당복이 넘치는 국민의힘이라지만 팀킬이 이정도면 답이 없다. 이렇게 말 안 듣는 대통령에,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대는 영부인이라니. 지금의 여당 입장에서 용산이란 한 걸음 뗄 때 마다 발목을 잡아끄는 늪이고, 아무리 부어도 차지 않는 밑 빠진 독인데 막을 방법도 가릴 요령도 없으니 어찌하랴. 


김건희 여사를 대중이 알게 된지도 거의 5년이 되어 간다. 

남편의 검찰총장 임명식에서 총장부인으로 처음 대중 앞에 선 이후, 대한민국과 그의 신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변화가 김건희 개인에게는 영광이었겠지만 대다수의 국민에게는 불행이었고 이제는 분노로 치닫고 있다. 그의 과거는 불투명하고 언행은 기괴하며 경력은 거짓 투성인데 영부인이 되어 공식적인 자리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한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대중의 마음은 착잡하다. 영부인이 되는데에 '자격시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뉴스에 나온 대통령 부부를 보면서 적어도 부끄럽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학력, 경력 위조 비리가 드러나자 기자회견을 열어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 며 읍소하던 그였다. 그러나 그렇게 몸을 낮춘 일도, 스스로 사과했던 잘못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만 같다. 

김여사는 대통령의 배우자이지만 때로 대통령보다 더 크게 권력을 행사하는 것 처럼 보이는데, 이번에 터진 여당 공천개입 파동은 절대 도이치모터스나 디올백 처럼 유야무야 넘겨지지 않을 것이다. 정권의 시간은 흐르고, 여사의 개입으로 피해를 입거나 자기 자리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오래 참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잘못을 했으면 반성하고 자중하며 기다리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그런 인간 사회의 상식은 김여사의 세계에선 통하지 않는다. 지금 그의 행보를 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나 모친의 사문서위조, 본인의 명품가방 뇌물 사건등이 마치 십 수년 전의 일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검찰 수심위의 불기소 판단이 나오자 마자 마포대교에 나와 대통령처럼 군다는 건 보통의 상식이나 눈치로는 상상도 못할 일 아닌가. 이렇게 무지하고 뻔뻔한 이가 우리나라 최고 공직자의 아내라는 것은 그의 남편이 대통령인 것 만큼이나 불의하고, 또 불운한 일이다. 


지난 대선, 모 기자와 김여사의 통화내용이 공개되었을 때 나는 그가 정치에 무지하고 말하기를 좋아하며 눈치가 많이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했지만 이제는 반성한다. 김건희 여사는 ‘눈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상식’이 없다. 그리고 그 몰상식의 바탕 위에서, 자신이 호언장담한 것처럼 ‘정권을 잡았다’고 확신하며 행동하고 있을 뿐이다. 


사람이 말하는대로 된다더니, 진짜로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이대로 간다면 '무사하지 못'한 쪽은 어디가 될까.(사진: 채널에이 유튜브 갈무리) 

김건희의 마포대교 순시 기사 댓글로 어떤 이가 이렇게 적었다. 

“저렇게 거짓되게 막 살아도 운 좋아서 권력 가지면 

공인인척 공무원 이끌고 행세를 할 수 있구나. 너무 싫고 구역질 난다."  

참으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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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0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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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09-14 19:51:42

    창녀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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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09-13 16:08:26

    ,여태껏 비공개라고 떠들며
    포즈잡고 사진찍는 공감능력 떨어지는
    저 인간부부메 대한 혐오가
    이재명 부부에대한 혐오와 막상막하인게
    신기하지만 모두 더러운것들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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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ame26782024-09-13 15:12:08

    어리 버리하게 보이는 남편에, 더럽게 설치는 여자에
    범죄자 야당 대표까지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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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32024-09-13 12:08:20

    환영합니다. 앞으로도 좋을 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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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tom07242024-09-13 10:50:08

    너무 술술 잘 읽히고 극 공감하게 되네요. 김선 논설위원님 화이팅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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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09-13 08:43:29

    언제나 어느 자리에서나 본인이 해야할 일과 하지말아야할 일을 구분하는 것이 일부 부족한 인생은 어려운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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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squf242024-09-13 07:37:46

    정부 여당 야당이 개판치는 정국에 철없는 영부인까지

    맛깔나고 영양가 넘치는 글 , 맛있게 잘 먹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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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09-13 06:30:31

    극공합니다  정곡을 찌르는 이런 논평을 야당 의원들은 왜 못하는 걸까요?  순식간에 읽게되는 마법같은 문장력이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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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09-13 05:28:56

    명뮨장입니다. 읽는내내 맞다맞아를 연발했습나다.믿고보는 김선 논설위원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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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09-13 01:25:14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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