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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조국당 사이에 흐르는 큰 강
  • 윤갑희 기자
  • 등록 2024-09-20 17:17:05
  • 수정 2024-09-20 17:3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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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들 


민주진영의 폴리티컬 셀럽(Political Celebrity) 류근 시인은 최근 페이스북 글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면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이 욕을 하고,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욕을 한다"고 말하며 민주 진영 전체의 승리를 원할 뿐인데도, 어느 한쪽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양측으로부터 비난받는 현실을 토로했다. 

이런 글이 눈에 띄기 시작하는 것은 양당의 갈등이 꽤 심각한 수위로 올라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국당과 재명당 사이에 흐르는 깊은 강 (그래픽 = gapius)


양당을 묶는 것은 결국 스피커들의 힘이다. 양당의 지지자들은 이들을 통해 생각과 말과 행동을 정리하고, 서로의 결속감을 유지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스피커들의 결속만 무너지지 않으면 스피커 의존적인 양당 지지자들은 문제 없이 유대감을 가질 것이다.


그렇다면 스피커들의 결속은 어떻게 유지될까?

정치인들에 의해 유지된다. 아직까지는.



스피커들


2020년 21대 총선에서 김어준은 민주당의 공식(?)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몰빵론'을 설파하며 비공식(?)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을 사실상 궤멸시켰다.

이 과정에서 민주진영의 스피커들의 단합에 균열이 생겼다.


그랬던 김어준이 2024년 22대 총선에서는 뜬금없이 조국혁신당을 밀어주며 돌풍을 만들어냈다. 더 대박이 날 수 있었던 민주당과 그 위성정당은 뜬금없이 탄생한 조국혁신당을 보며 입맛을 다실 수 밖에 없었다. 

양당의 지지자들은 '어찌되었건 서로 협력하며 잘 지내면 되지 뭐~ '라는 심정으로 살고 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스피커들이야 양당의 감정의 골이 더 이상 깊어지지만 않는다면.  아직까지는.



정치인들


같은 총선에서 경쟁자였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큰 갈등 없이 선거를 치른 것은 조국혁신당이 비례만 출마하기로 역할분담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총선 과정에서도 가벼운 감정 대립은 있었지만 총선 후에는 그보다 더 긴장감 있는 대립이 이어졌다.

조국은 총선이 끝나자 마자 민주당에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여러 차례 주문했지만 민주당은 무대응으로 조국의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 4월 영수회담을 앞둔 이재명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역시 민주당은 무시했다. 조국은 "안타깝고 섭섭합니다" 정도로 말을 아꼈다. 아직까지는.



호남에 흐르는 강 


앞서 언급했던 류근시인은 보궐선거를 앞둔 양당의 전운에 대해 "양당 후보끼리 경쟁해서 유리한 지역에선 경쟁하면 그 뿐, 단일화해서 유리한 지역에선 단일화하면 그 뿐! 경경단단! 원론적이고 단순합니다."라며 단합을 호소했지만, 이 선거는 류근의 바람대로 원론적이지도 않고 단순하지도 않다. 


류근 시인 페이스북 캡쳐 

다가오는 보궐선거는 지금까지의 시한부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왜 조국혁신당은 그 많은 곳 중 호남에 와서 고요한 선거판을 흔드는가?


호남만이 단일화가 필요하지 않은 승부처이기 때문이다. 

호남에서 민주진영끼리 결판을 낸다해서 보수정당에게 어부리지리를 주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도전자 쪽이 도덕적 비난을 듣지 않고 마음껏 승부를 펼칠 수 있는 무대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기에 단일화 따위는 없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끝까지 민주당의 지역패권주의를 물고 놓지 않을 것이며, 그 이빨은 민주당의 허벅지에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다.

호남 유권자들에게도 '민주당만 지지해 온 세월'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줄 것이다. 심지어 호남은 안철수의 국민의당에도 '대체 민주당' 자격을 부여한 경험이 있다. 


사력을 걸고 출마한 민주당 후보와 지역당도 마찬가지로 도전자에게 최대한의 상처를 입힐 것이다. 이는 스피커들에게도 참전을 요구할 것이며 스피커의 참전은 지지자들간의 전쟁을 부른다.

민주당이 패배한다면 크게 의미부여를 하지 않으려 애쓰겠지만, 조국혁신당은 과도한 의미부여를 해야만 다음 지방선거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 선거 후에도 상흔은 깊어질 것이다.


이미 민주당이 고향인 황운하가 민주당을 '기득권이자, 일당 독점 정당'이라 맹비난 했고, 민주당의 전남도당위원장이자 최고위원이 된 주철현은 "조국 대표가 본인의 고향인 부산은 내팽개치고 엉뚱하게 민주당의 본산인 전남에서 스스로 큰집이라고 칭했던 민주당을 상대로 집안싸움을 주도하고 있다"며  받아졌다. 조국혁신당의 후보들은 '이삭줍기'라며 조롱까지 했다. 확전은 멈출 수 없는 상태다.


민주당의 김민석 최고위원은 카메라가 뒤에서 비출게 뻔한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뛰느라 '김건희 특검법'표 결에 불참한 조국혁신당 의원들에게 "쉐빙선 내려서 동네 선거하냐"는 원색적인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쇼'를 하기도 했다. 최고위원 두 사람의 참전은 누가 봐도 이재명의 의지로 풀이된다. 


호남은 민주당의 안방이다. 가뜩이나 사법리스크를 목전에 둔 이재명 입장에서는 안방을 내준다면 더더욱 당 장악력이 떨어지게 된다.


양당은 호남 주도권 경쟁에 이어 부산 금정구청장 후보단일화에도 대립하고 있다. 

조국 대표가 부산 금정구청장 후보 야권 단일화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은 입장문까지 내고 조국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원칙을 잃은 정치는 결국 힘을 잃게 된다"며 "조국혁신당의 원칙과 품격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말했다.

물론 조국혁신당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라며 민주당 후보를 폄훼한 후 단일화를 하자고 먼저 긁기는 했다.



양당의 공통점 : 사법리스크 


조국과 이재명 대표는 모두 사법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이재명 대표는 여러 건의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조국 대표는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 

재보궐이 끝나고 새해가 온다면 당대표이자 간판스타를 잃은 조국혁신당은 어떻게 될까?

봄이 오면 이재명이 줄줄이 2심 유죄를 맞게 된다면 민주당은 어떻게 될까?


분명한 것은 민주당내 스피커들이 하나로 뭉치게 하는 유일한 중력인 이재명이 사라졌을 때 스피커들의 극심한 분열이 빚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조국의 지위는 황운하가 물려받겠지만 그 때쯤이면 황운하 역시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을 것이다. 



민주진영은 몰락할 것인가?


이쯤되면 어느때보다 당내의 결속을 원하는 지지자들의 바람은 거세질 것이나, 한편 그것을 조율할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으로 격화될 것이다. 

아마 양당 지지자들은 지방선거 때까지는 양당이 통합되거나 선거연대라도 이뤄지리라 막연히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을 수십 년간 지켜본 내 견해로는 강력한 리더십이 사라진 후의 진영 통합에 성공한 것은 2017년의 문재인 외에는 사례가 없다. 

보궐선거의 갈등도 지선의 혼란도 각 당이 서로를 비난하는 방식으로 내부의 결속을 간신히 유지하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민주진영 못 잃어' 라는 생각하는 분들께 한 말씀 드리자면, 민주진영은 이런 방식으로라도 재부팅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지선 전후로 최대한의 혼란과 충격이 가해지는 것이 14,000,605개의 미래 중 가장 나은 케이스가 될 것이다. 그래야 재부팅된 민주진영이 진열을 수습해 제대로 대선을 치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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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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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09-20 19:14:15

    온전한 리붓 민주당을 기대합니다.
    그런데 이재명이 데리고온 저급한 통진 및 근본없는 시정잡배들이 너무 이미 많아서 재부팅을 한다해도 얼마나 정상화될지 조금 걱정이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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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09-20 18:12:29

    멷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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