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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폐지 반대? 과녁을 잘못 찾은 로빈훗
  • 마지영 경제칼럼니스트
  • 등록 2024-11-21 22:01:14
  • 수정 2024-11-21 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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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의 투자환경은 금투세 시행에 준비되어 있는가?
  • 정의로운 의지만으로 경제 정의 실현은 어렵다
  • 우선순위부터 제대로 파악하자

'정의로운' 금융투자소득세를 즉시 시행하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둘러싼 최근의 논쟁에서 일부 정치인들은 "부자를 응징하고 서민을 구제하겠다"는 단순한 프레임을 내세운다. 그들은 자신들을 정의의 화살을 쏴 부자의 곳간을 털어 서민을 구제하는 로빈훗으로 포장하지만, 실제로 그 화살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고민한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잘못된 화살은 결국 자신들이 돕겠다고 나선 서민들에게 되돌아가 꽂힐 것이다. 


부의 집중과 자본의 불평등은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적 한계다. 

자본주의는 태생적으로 빈부격차를 초래하기 쉽다. 이 때문에 서민을 보호하고, 경제적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국가의 정책 개발은 필수적이다. 때로는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그러나 선한 의지나 정의로운 의도가 반드시 옳은 결과를 불러 오는 것은 아니다. 정책의 추진 결과가 ‘빈부격차 완화와 경제적 약자 보호’라는 공공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때로는 옳은 의도로 내세운 정책이 역효과를 내거나 의도한 바와 다른 피해를 끼치는 일을 우리는 종종 보아왔다. 상황에 맞지 않는 섣부른 정책은 오히려 시장을 위축시키고, 부자들보다 서민에게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정의로운 정책은 올바른 방향과 세심한 실행 계획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현된다 


금투세 시행만이 조세정의이고 경제정의 실현일까? 최근 정치권의 금투세 논의는 정치가 실종된 상황에서 정파적 유불리를 위한 정쟁으로만 소비되었을 뿐 실제 투자자를 위한 고민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그래픽: 프레임메이커 디자인팀)

금투세 시행이 바로 이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 자본시장은 공정하지 않다.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인 ‘1dollar 1vote’ 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대주주의 전횡이 묵인되고, 소액 주주들의 권리는 자주 무시된다. 이런 불공정한 구조에서 건전한 투자 자금이 장기적으로 유입될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자본시장이다.

불공정한 구조를 개선하지 못한 결과, 우리 주식시장은 오랫동안 세계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국내외 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해 우리 주식시장은 전쟁 중인 러시아(RTSI)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침체 위기에 빠져있는 중국 선전종합지수(SZSE)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관련기사) 우리 주식시장을 가리키는 ‘국장’ 이라는 말 또한 언젠가부터 비판을 넘어 자조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 것이 과연 서민 보호의 결과로 이어질까? 


일부 정치인들이 펼치는 금투세 논리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사고를 보여준다. 많은 정치인들, 특히 진보적 정치인들은 부자와 서민을 대립 관계로 보고,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리면 서민 경제가 자연히 살아난다고 믿는다. 부자는 악인이고 피해자는 서민이며 정치인인 자신들은 정의로운 로빈훗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부자와 서민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대립 관계만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부자와 서민은 경제주체로서 이 사회 속에서 샴 쌍둥이처럼 한 몸으로 연결된 존재다. 서민 경제가 무너지면 부자들은 장기적으로 부를 유지하기 어렵고, 부자들의 경제가 위축되면 서민 경제는 더 큰 타격을 받기도 한다. 이는 부자를 보호하자는 논리가 아니다.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서민 보호’라는 정의로운 목표를 달성하려면 먼저 고질적인 시장의 불공정성을 타파해 공정성을 확보하고, 구조적인 문제들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공정한 룰세팅과 건전한 환경 조성부터

축구에 비유해 보자. 선진국의 축구 리그는 최상의 경기 환경과 공정한 룰을 갖추고 있다. 촘촘하고 매끈한 잔디 구장, 철저한 승부조작 방지 시스템, 유소년부터 프로에 이르는 최고의 선수 육성 시스템 그리고 공정한 심판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이런 환경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고  메시와 호날두 같은 선수들은 그들의 능력에 따라 천문학적 연봉을 받는다. 

반면, 우리나라의 축구장은 잔디마저 부실하고 곳곳에 흙바닥이 드러나 있다. 특정 학맥과 연줄로 선수와 감독을 선발하는 일이 일어나고 대기업 구단의 오너들은 종종 승부조작까지 벌인다고 가정해 보자. 축구협회는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 원성이 자자하다. 이런 리그에서 연봉 5억 원을 받는 선수를 두고 "연봉 5천만 원 받는 선수들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세금을 더 내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는 결국 국내 축구를 떠나 해외로 눈길을 돌릴 것이다. 현재 우리의 자본시장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고질적인 불공정을 눈감고 개미들의 권리가 아무렇지 않게 무시되는 환경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금투세를 과세하는 것은 부자를 응징하는 것도 아니고 서민을 돕는 정의로운 행위도 아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금투세 과세 그 자체가 조세정의인 것 처럼 포장하면서 감성에 호소하는 동안 금투세 과세에 기관과 외국인이 제외되는 점은 크게 문제삼지 않는 것도 모순적이다. 


민주당은 금투세 시행 유예로 당론을 사실상 정해놓고 역할극 형식의 토론회를 열어 금투세 논란의 탈출구를 삼았다. (관련기사) 국민의힘도 불리한 정치 상황 속에서 금투세 논의를 정책보다 정쟁의 소재로만 활용한 측면이 크다. (관련기사) 

여당이나 야당이나, 몇 년간 지속된 ‘정치의 실종’이 정책 논의를 부실하게 하고 민생을 팽개치고 있다. 깊이 없는 선동적 논의, 자기 당의 유불리나 선전을 위한 정쟁으로의 이용, 졸속적 정책 추진은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을 떠나게 만들며, 그 결과는 서민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정의는 의지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정의로운 정책은 올바른 방향성과 세심한 실행 계획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실현된다. 금투세를 지금 하느냐 마느냐를 갖고 정쟁을 일으키기 전에, 먼저 우리 시장의 룰을 정비해야 한다.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소액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며, 투명하고 공정한 구조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의 축구 리그처럼 시장에 신뢰를 심어야 스타플레이어가 배출되고 리그가 성장한다. 이번 금투세 논의를 통해 자본주의 안에서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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