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은 작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집요한 방탄법 발의는 가능하다 (그래픽-가피우스)

앞서 '민주당의 선거법 방탄 개정안. 이재명을 구할 수 있나?'(클릭) 라는 기사를 통해 14,15일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선거법개정안이 명백히 이재명 개인을 위한 방탄법안이자 소급 역시 가능해 통과되는 순간 이재명 대표가 소송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히고, 재발의 시에는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이탈표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 역시 정리했다.

박희승 표 민주당 선거법 개정안 (그래픽=가피우스) 

막힐 것을 알면서 발의? 민주당의 도상훈련일 수도

박희승 의원과 민주당이 대통령 거부권과 범여권의 이탈표 부족을 모르고 발의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당대표에 대한 충심(衷心)을 드러내기 위해, 혹은 당대표 지지세력의 지지를 받기 위함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더불어민주당의 방탄법 통과를 위한 도상훈련(圖上訓練)은 아닌가 하는 심증이 든다. 

일단 부족한대로 발의도 해보고, 언론이나 여론의 반응도 살펴본다. 범여권의 이탈은 어느 정도인가 테스트도 해본다. 일단 발의를 해놓고 나면 법조계의 다양한 해석도 알아서 쏟아질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내부 전략을 수립할 수도 있다. 

발의 시도만으로도 정당해산이 필요한 막장 정당 

검찰조사 불출석, 입원, 변호사 교체, 법관기피, 검사탄핵, 무한대 증인신청, 증언 및 증거채택 거절 등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방탄 시도는 우리가 볼 수 있는 만큼 봤고 어느 정도 예측도 해왔다. 그러나 입법을 통한 방탄은 지금껏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지이다. 

흔히 소급입법은 금지로 알려져 있었지만 "범죄 후 법률이 변경되어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형이 가벼워진 경우에는 신법을 적용한다"는 형법 1조 2항을 이용한 면소(免訴) 시도는 법조인들 조차 상상도 못했으며 건국 이래 자연인 한 명의 면소를 위한 형법 개정은 아예 누구도 시도해보지 못했다.

대법원 판례나 위헌결정(간통죄 폐지 등) 외에는 음주운전 처벌 완화, 승차거부나 전동킥보드에 대한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인한 극히 드문 사례만이 있을 뿐이다. 이 경우에도 국회가 특정 인물을 구제하기 위한 입법은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도 사례를 찾을 수 없다. 

브라질의 군부정권은 1979년에 사면법을 제정해 이 법은 군 관계자의 가혹행위와 좌파 게릴라의 폭력행위를 모두 처벌하지 않도록 했지만 이 역시 정치적 대타협에 해당할 뿐 개인의 재판을 멈추기 위해 국회가 입법을 한 케이스는 아니다. 

민주당의 선거법 개정안 발의가 한 번의 해프닝으로 그친다면 몰라도 이러한 행태가 반복된다면 그것은 명백한 정당해산 사유에 해당한다 볼 것이다. (헌법 제8조 제4항 :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청구에 의하여 그 정당을 해산시킬 수 있다.")

소급하지 않겠다는 14일 개정안은? 또 다른 재판지연술 

'허위사실 유포죄'와 '후보자 비방죄'를 공직선거법에서 삭제한다는 14일 개정안에는 소급하지 않겠다는 부칙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앞에 말한 형법 1조 2항과 배치되어 형법의 기본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헌법 제13조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즉 형법과 헌법 충돌 때문에 14일 개정안의 소급 금지 부칙은 위헌 소송으로 연결될 것이 분명하며 또 다른 재판지연을 낳는 함정일 가능성이 너무나 커 보인다.

이재명의 모든 혐의 면소를 위한 추가 개정안이 발의된다면?

얼마전 이재명 대표는 기업인들을 위해 배임죄를 손 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배임죄는 이 대표도 대장동 백현동 혐의에 해당한다. 

그 외에 민주당이 위증교사, 부패방지법, 제3자 뇌물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남북교류협력법 등을 일제히 방탄목적으로 개정한다면? 모든 개정안에 고의적으로 소급 금지 부칙을 넣으면?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 펼쳐질 개연성이 충분하다. 

그 전에 어떻게든 이 대표의 선거법 개정안 선에서 끊어내야만 한다.

범여권의 이탈표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다.

현재로선 각종 방탄법들의 재의결 시 개혁신당과 국민의힘의 표 이탈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그러나 '현재로선'이다. 경제침체기로 접어들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강하한다면 표 이탈 가능성은 완만하게 올라갈 수 없다. 박근혜 탄핵 때 여당 이탈을 만든 것은 두 가지, 탄핵집회의 규모와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었다. 

결국 사법부가 최후의 보루 

이에 대해 김성훈 변호사의 의견은 간단하다. 

사법부는 사법시스템의 혼란을 피하기 위한 판결을 내리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리는 판결마다 쟁소를 이어갈 수는 없으니, 향후 피고인 이재명에 대해 벌금형은 지양하고 자유형으로 선고함으로써 조기에 이재명의 당대표 직위를 해제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

'이재명의 민주당'은 당내민주주의, 삼권분립, 민주진보의 가치 등 대한민국 정치를 빠른 속도로 무너뜨리고 이 사회의 윤리도덕 수준까지 하락시켰다. 이제 사법시스템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공포가 목까지 차올랐다. 

언론의 감시와 깨어있는 시민들의 여론이 사법부라는 최후의 마지노선 앞에서 완충작용을 해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