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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의 계약해지 선언: 자본과 크리에이터의 새로운 경제학
  • 마지영 경제칼럼니스트
  • 등록 2024-11-30 22:30:08
  • 수정 2024-11-30 22: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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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진스의 하이브 독립 선언으로 보는 미디어 권력 구조의 변화
  • 크리에이터 중심의 경제학, 과연 가능할 것인가
  • WE BELIEVE IN MUSIC(MONEY?)


  • 뉴진스가 결국 어도어와의 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 뉴진스를 키워낸 민희진 전 대표는 하이브(어도어) 와의 법적분쟁에서 패배한 후 회사와의 형식적 연결고리였던 이사직까지 저버리고 퇴사하고 말았다. 올해 내내 연예계 화제의 중심이었던 뉴진스와 하이브,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사이의 법적 분쟁과 여러 사건들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전형적인 계약 분쟁 이슈를 넘어서 자본과 크리에이터 간의 새로운 질서를 보여주는 사례로 보인다. 6천억 위약금, 그룹의 이름과 곡에 대한 저작권 등 이후의 상황들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이번 사건은 자본이 크리에이터를 소유하고 활용하는 구조에서, 크리에이터 스스로 자본을 활용하며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구조로의 패러다임 전환, 또는 그 이상이 될 수 가능성도 있다. 

11월 28일 강남구 삼성동 스페이스쉐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와의 전속계약 해지를 밝히는 뉴진스 멤버들. (사진: 연합뉴스) 


변화하는 권력 구조 : 과거와 현재 

과거에는 지상파 방송국이 전파를 독점하며 가요, 드라마, 뉴스, 오락프로그램 등을 제작, 방송하며 대중문화 정보전달의 최상위 권력을 장악하고 있었다. 이 체계 하에서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는 아무리 쟁쟁한 회사라 해도 어디까지나 방송국과 자본의 눈치를 보며 크리에이터를 지배하는 형태로 운영되었다. 크리에이터는 기획사에 소속되어야 대중에게 노출될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이는 곧 크리에이터가 자본을 비롯,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다양한 중간 과정(음반사, 음원스트리밍, 유통) 에 종속되는 구조를 강화했다. 어떤 천부적인 예술가라도 이 구조를 벗어나서는 이름을 알릴 수 조차 없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의 출현은 기존 구조를 뒤흔들었다. 이제 크리에이터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자신만의 플랫폼에 공유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며 독립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비록 뉴진스같은 유명세를 얻진 못하더라도 자본이나 유통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나 자신의 창작물을 공유하며 스스로 스타가 될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방송국, 기획자,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이런 직거래 구조는 비용 효율성을 높이고 더 많은 수익이 크리에이터에게 오롯이 돌아가도록 만들었다. 또한 유통구조의 단순화는 드라마, 오락프로 중심이던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들의 창작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이제 거꾸로 지상파 방송국의 편성과 기획에 적극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진 OTT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지상파 방송국을 제치고 미디어 권력의 최상위에 위치하고 있으며 K-POP의 부흥으로 더 많은 권한과 자본을 갖게 되었다. (이미지: 프레임메이커 디자인팀)


그러나 이 변화의 이면에는 크리에이터를 여전히 압도하고 있는 자본의 현실이 존재한다. 특히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같은 엔터테인먼트 거물들은 이 변화의 상징적 존재이며 엔터 대기업들의 행보는 자본과 크리에이터 간의 새로운 경제학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이면의 문제점 또한 드러내고 있다.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소셜미디어가 가능성의 창구를 넓혀주긴 했지만 대부분의 아이돌의 경우에는 그들의 창작물이 소비되는 유통과정이 소비자와 바로 맞닿지는 못한다. 지상파 방송국의 힘이 약해진 사이 오히려 SNS플랫폼과 하이브 같은 거대 기획사, 유통조직이 자본을 독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돌 산업의 급성장과 동시에 엔터 대기업들의 영향력도 더 강력해지고 있다. SBS의 시가총액[2,800억]과 하이브의 *시가총액[8조1300억]의 차이로 보았을 때 자본시장은 새로운 미디어 권력의 재편은 이미 결론이 난 것으로 보고 있는 듯 하다. *[2024년 11월 30일 기준 시가총액]



플랫폼의 역할 변화와 독립의 역설

유튜브는 크리에이터에게 독립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의존을 만들기도 한다. 크리에이터는 더 이상 특정 기획사에 속하지 않더라도 플랫폼 알고리즘과 규칙에 영향을 받는다. 이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크리에이터 간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크리에이터가 자본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이번 뉴진스의 예처럼 대중의 응원을 받기도 하지만 완전한 독립은 애초에 불가능한 실정이다. 크리에이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 시스템에 의존해야 하고 그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콘텐츠에 대한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알고리즘에서 배제되는 창착물은 대중에게 다가갈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기도 한다. 대형 기획사는 이 플랫폼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면서 방송사 등 전통적 미디어의 통제권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권력을 강화시켰다.


때문에 민희진 대표의 퇴사와 뉴진스의 독립선언은 케이팝 산업의 정점에서 몇몇 자본에 치우쳐진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서 중요한 변곡점을 시사하고 있다. 유능한 크리에이터가 거대 기획사의 자본과 통제로부터 독립해 자신들 만의 세계를 대중에게 직접 선보이는 새로운 유통구조를 시도하려는 것이다. 그와 뉴진스의 시도는 어떻게 귀결될까? 새로운 엔터 대기업의 탄생? 그와는 좀 덜 지배적이고 다원화된 구조의 새로운 창작집단? 무엇이 되든 유능한 기획자와 회사를 능가하는 영향력을 갖게 된 아이돌이 대형엔터의 종속에서 벗어나려는 유사한 시도는 앞으로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엔터테인먼트 대기업 중심의 미디어 권력 구조 또한 조금 더 평평한 지형을 향하게 될 것이다.


하이브가 추구하는 것은 음악? 음악산업이 가져다 주는 이윤 또한 중요하지만 그것만을 탐하는 것으로 보여지기엔 케이팝 산업의 세계적 영향력이 너무나 크다. (사진: 연합뉴스)

크리에이터와 자본의 탐욕

WE BELIEVE IN MUSIC 하이브 본사 앞 표석에 쓰여진 글귀이다.  하이브는 본인들의 정체성을 음악을 사랑하는 크리에이터 집단으로 표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요즘 하이브는 ‘음악에 대한 사랑’같은 낭만적인 구호와는 거리가 먼 이슈로 시끄럽다. 4년 전 하이브를 상장할 때 방시혁의장이 4천 억원을 따로 챙겼다는 것이 기사로 밝혀지면서부터다. 아마 방 의장은 상장 전 지분에 참여한 사모펀드들에게 지급되는 IPO 성공 인센티브 명목으로 4척 억원을 챙긴 듯하다. 주식의 상장은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해 공동체로부터 자금을 수혈받는 것이다. 그런데 방시혁 의장은 성장 동력 자금을 챙기면서 자본 시장의 사악한 생리를 이용해 본인의 욕심을 더 채운 것은 아닌지 의심받고 있다. 하이브 측은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어디서나 늘 그렇듯이 ‘법적 문제 없음’ 은 썩 좋은 해명은 아니다. 세계적인 대중의 사랑과 응원으로 성장한 회사가 대중의 자금을 몰래 챙기고는 이법적 문제 운운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이런 식이라면 We believe in music 을 We believe in money 로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K-POP은 세계를 휩쓸고 정점에 이르렀다. K-POP을 통해 한국의 문화를 배우고 한국어를 배우는 이들을 세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 문화 수출은 물론 대한민국의 국격 상승, 한국인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의료, 미용, 관광 등 다른 산업을 견인하는 측면에서도 K-POP의 인기는 귀한 기회다. 이 문화를 만들고 가꾸는 기업과 사람들의 역량, 비전, 그리고 윤리의식이 중요한 이유다. 아무쪼록 뉴진스의 하이브 결별 선언이 K-POP 산업을 더 투명하고 건강하게 진일보 시키는 기회로 마무리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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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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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squf242024-12-02 14:49:53

    "유능한 크리에이터가 거대 기획사의 자본과 통제로부터 독립해
    자신들 만의 세계를 대중에게 직접 선보이는 새로운 유통구조를 시도"

    자본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시대, 예술영역에서도 변곡점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을
    넓고 깊게 분석해주신 마지영 칼럼니스트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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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12-01 12:52:49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내용을 꼼꼼히 알아 보려하지도 않고, 무조건 민희진만 욕하는 사람들 보면 답답했는데,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작성하신 기사 잘 읽었습니다. 어린 소녀들에게 다시 한번 화이팅, 용기에 찬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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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12-01 11:44:22

    이런 시선도 있는건 존중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민희진 뉴진스는 제2의 삼프티 탬퍼링인걸로 보입니다. 계약해지가 중대한 위반 사유없이 감정적으로 호소하고 주장한다고 해서 될리 없잖아요. 계약을 기자회견 열어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위법이 하이브가 4000억을 미리 빼돌렸단 이유로 덮어지는건 아니라고 봅니다. 뉴프티가 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코스프레하는데 동조해야할까요. 그렇담 하이브가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가해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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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11-30 22:50:32

    문화자본주의 실태를 제대로 짚어주시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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