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5시 30분경, 언론사 웹사이트들에서 '검찰, 이재명 징역 2년 구형' 기사가 잇따라 올라오기 시작했다.
검찰이 실형을 구형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그 중에서도 법정 최고형을 구형할 것이라고 상상한 사람은 주변에 없었다.
필자도 벌금형을 꽤 높은 액수로 구형하리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2년'이라는 구형량을 보고 30초가 넘도록 "이게 뭐지? 센 건가, 약한 건가?" 하며 잠시 혼란에 빠졌었다.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나 유튜버들의 반응 중에는 "어차피 무죄가 나올 혐의에 검사가 객기를 부려 최대 형량을 때렸다"는 의견도 있었고, "최대형량 구형은 재판장을 자극해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추측도 난무했다. 그러나 법조계의 대체적인 반응은 "저 정도로 구형을 하면 판사는 벌금 100만 원 이하로 선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검찰의 구형은 판사의 선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그 영향력은 절대적이지 않다. 판사는 구형 외에도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판결을 내린다. 그러나 법학계에서는 '정박 효과(Anchoring Effect)'라는 개념이 있어, 검사가 제시하는 형량이 기준점으로 작용해 판사의 선고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정리하자면, 검사가 저 정도로 구형할 때는 그럴만한 근거를 가지고 있으니 판결을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9년, 검찰은 또 다른 이재명 선거법 재판 2심에서 벌금 600만 원을 구형했으며, 법원은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바 있다. 검찰이 항상 최대 형량을 구형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번 징역 2년 구형 역시 그 만큼의 사안이 법리적으로 판단되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왜 아무도 법정 최고형 구형을 예상하지 못했는가'이다. 이재명 선거법 재판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모두가 시야가 좁아져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검찰은 20일 결심 공판에서 구형을 하며 “정의의 여신상이 법원에 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죄질 등 불법성 정도에 따라 법은 원칙대로 적용돼야 한다. 피고인의 신분이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공직선거법 적용 잣대가 달라지면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공직선거법 취지가 몰각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검찰이 왜 저런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했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올해 6월, 대법원은 허경영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재명과 마찬가지로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였다.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는 인물의 재판이었기 때문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선거법 재판 사상 최고의 구형이었고, 최고의 선고였다.
20일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허경영과 배소현 사례를 들며, 동일한 기준으로 이재명이라는 피고인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원칙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법정에 호소했다.
검찰조차 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에 법정 최고형 구형 및 선고가 가능한 전례를 겪으며 적잖이 놀랐을 것이며, 허경영 사건보다 죄질이 더 나쁜 이재명 사건에서도 최대 형량을 구형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즉, 이재명 선거법 재판에 대한 징역 2년 구형은 지난 6월 허경영 최종 선고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쯤 되면 허경영 재판을 간단히 정리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문제가 된 발언은 “나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양아들이고, 박정희 대통령의 비선 정책 보좌역이었다”라는 것이다.
재판 내내 허경영은 두 가지 사실을 전혀 입증하지 못했고, 혐의 또한 인정하지 않으며 비상식적 주장으로 일관했다. 허경영 측 증인들은 법원으로부터 신빙성을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당선을 목적으로' 한 허위사실이기는 하지만, 0.83% 득표에 그친 후보라서 죄질이 이재명보다 가볍다. 0.79% 차로 낙선된 이재명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선거법을 무겁게 다스리는 경향도 있고, 허경영의 사회적 해악을 끼치는 다른 범죄들이 판사의 선고에 큰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허경영의 판결문을 보면 “과거에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표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질러 선거를 혼탁하게 만들었고, 앞으로도 이런 행동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치 영역에서 피고인 허경영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
그리고 이와 거의 동일한 혐의를 받는 이재명 판결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동종 전과에 대한 형 가중 요소를 주목해야 한다. 본지 기사 [이재명 선거법 재판 시리즈③]에서 언급한 바 있듯, 동일 범행이라도 누범 기간 내 벌어진 것이 아니라면 가중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올해 2월에 있었다.
그러나 허경영은 누범 기간을 훨씬 초과한 동종 전과임에도 최고형량 선고로 이어졌다는 것을 참고할 만 하다.
허경영은 2007년 대선 때도 “내가 이병철 회장의 양자고, 박정희 대통령의 비선 참모였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으며,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전력이 있다.
결론적으로, 허경영이 6월 대법원에서 최고형량을 선고받은 것은 이재명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이재명 정치 인생에서 최악의 불운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