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Parody)는 문학, 음악 등의 예술로 이미 나와있는 특징적인 부분을 모방해 자신의 작품에 집어넣는 것을 뜻한다. 잘 구현된 패러디는 기존 예술의 특징을 단순 모방하는 것을 뛰어넘어 풍자적, 희극적 의미가 전달될 수 있도록 완성했을 때 그 의미가 있다.
한 때 우리나라 TV예능에서도 정치인이나 재벌 등을 소재로 한 사회풍자 패러디 콘텐츠가 각광받았으나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이 위축된 지금은 ‘SNL코리아 ‘ 정도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 SNL코리아도 정치권의 간섭 의혹을 오래 받아왔다.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했던 배우나 김건희 여사를 비슷하게 재현한 배우가 활동에 불이익을 받았다는 루머가 지금도 꾸준하니 말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된 국가들에서 정치풍자와 유명인 패러디가 하나의 시민 자유권, 엔터테인먼트로 각광받는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여러모로 아쉬운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튜브 채널 <정치신세계> 가 최근 공개한 패러디 콘텐츠는 음악, 영화, 해외 콘텐츠 등 다양한 형식으로도 정치풍자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치신세계 진행자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윤갑희 프로듀서의 신곡발표 형태로 공개된 뮤직비디오 <11월의 비 - November Rain> 은 1990년대 메탈의 최고 밴드 중 하나인 건즈 앤 로지스의 명곡 November Rain 뮤직비디오를 거의 그대로 가져와 유튜브의 글로벌 운영규칙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이 뮤비의 핵심은 음악이나 연주가 아니라 ‘명잘알’(이재명을 잘 아는) 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가사인데 원곡의 영문 가사와 묘한 일치를 보이면서 현 시국을 반영하고 있어 실소를 자아낸다. 또한, 전성기 시절 액슬 로즈의 쥐어짜는 듯한 금속성 보컬이 곡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을 주고 결심공판을 마친 후 우산을 쓰고 퇴근하는 이재명 대표의 모습으로 곡의 완결성을 더한다.
Nothin' lasts forever
영원한 당권이라는 건 없죠
And we both know hearts can change
두 선고 중 하나만 유죄가 나와도 모두 변하겠죠
And it's hard to hold a candle
그래도 우리는 촛불을 들 거예요
In the cold November rain
차가운 11월의 빗속에서
We've been through this such a long long time
우리는 이런 재판을 오랫동안 겪었어요
Just tryin' to kill the pain, ooh yeah
총을 든 군인이 이제는 영장을 든 검사죠
Love is always coming, love is always going
친명들이 떠나가도 찐명으로 채워지죠
No one's really sure who's lettin' go today
Walking away
오늘 누가 떠나가도 충성할 놈을 줄을 섰죠
이 정도면 초월번역이 아니라 원문충실이라고 보는 편이 맞겠다.
뮤직비디오는 11월에 10일 간격으로 두 가지 재판의 1심 선고를 앞둔 (15일 선거법, 25일에 위증교사)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개인의 사법방어에 갇혀 몰락해가는 민주당의 운명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또한 뮤비 중반부에 원작 뮤비에서도 그 유명한 슬래시의 교회 앞 기타 솔로 장면을 그대로 살렸는데 이를 감상한 에스엔에스 이용자들은 ‘슬래시가 새로 옮길 민주당사 앞에서 솔로하는 듯’ 이라고 언급하며 선거법 100만원 이상 선고 확정시 대선 국고보조금 434억(!) 을 반환해야 하는 민주당의 운명을 걱정하기도 했다.
'퀴즈쇼 사법리스크, 이화영+김형태 변호사' 편은 최근 박검사 탄핵 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공개해 충격을 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김형태 변호사간의 대화 내용을 퀴즈쇼 영상으로 패러디했다.
2분 53초의 짧은 영상에서 김형태 변호사는 이화영 부지사가 주저하며 운만 띄우는 이재명의 모든 범죄 의심 행위들을 척척 맞춰낸다. '변호사비 대납', '대법관 매수', '법원로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정답을 연달아 맞추는 모습은 과연 법조계 명잘알이라 할 만 하다.
특히 이 영상은 이화영 접견 녹취록을 국회에서 처음 공개한 주진우 의원 본인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로 '님 좀 천재이신 듯' 이란 댓글을 남겨 화제가 되었다. 영상을 감상한 이들은 '살다살다 국힘 의원을 응원하게 될 줄은 몰랐다', '녹취 들을 때 부터 둘의 대화가 퀴즈쇼 같았는데 진짜 영상을 만들다니', '이런게 국민통합이지' 등의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해당 콘텐츠를 제작한 <정치신세계> 윤갑희 프로듀서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단순 비판에 그치지 않고 재미와 의미를 더하기 위해 하루종일 아이디어 구상에 전념하고 있다." 면서 "'11월의 비' 뮤직비디오는 영문 가사를 전면 무시하고 현실 고증에 중점을 두었는데도 원작과 절묘히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아 스스로도 놀랐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문화평론가는 "정치신세계의 콘텐츠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효율을 추구하면서도 조롱과 비판이라는 의도를 정확하게 구현한다." 고 높이 평가했다. 다만 "'11월의 비' 뮤직비디오의 경우 기존 뮤비를 거의 통으로 가져온 것이나 다름 없어 유튜브 운영원칙에 아슬아슬하게 걸릴 수도 있겠지만 가사나 후반부 편집에서 오리지널리티를 보여주니 괜찮다." 고 지적했다.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ㅎㅎㅎㅎㅎ
참말로 참신했었답니다. ㅎㅎㅎ
시사평론가에 기자에 싱어송라이터 다재다능한 윤갑희 기자님 대단해요
믿보선! 글 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믿보선이 맞습니다.
명불허전이네요.
제 댓글도 소개해줘서 더 반가웠습니다.
프레임메이커가 쑥쑥 성장하기를.
믿보선이라더니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글맛이 그야말로 평론계의 무하마드 알리라 할 만하다
정치풍자란 무엇이며 문화평론이란 어떤 것인지 이 시대의 정수를 맛본 느낌이랄까
멋져요. 칼럼도 영상도. 즐감하고 갑니다^^
개인적으로 퀴즈쇼 패러디가 제일 재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