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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검찰이 증거도 없이 이재명을 기소했다고?
  • 김성훈 변호사
  • 등록 2024-10-15 11: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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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예단 피하기 위해 판사는 증거 못 본채 재판 시작
  • ▶ 검찰 측 증거는 모두 변호인의 증거 조사 후 재판에 올라
  • ▶ 이재명 재판이 늘어지는 원인은 검찰 증거가 너무 많기 때문

  

첫 공판기일, 검사가 재판부에 무더기 증인신청을 한다.

재판장은 이 증인신청을 모두 채택한 후 갑자기 고개를 변호인 쪽으로 돌린다.


재판장 : 변호인, 증인신문 시간은 얼마를 예상하나요?

변호인 : 각 증인에 대해 30분 정도 소요될 예정입니다.

 

이상하지 않은가? 증인신청은 검사가 했는데 재판장은 변호인에게 신문시간이 얼마나 되냐고 묻는 상황이다. 뭔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형사법정에서 흔히 일어나는 풍경이다.

 

검사가 수사를 마치면 이를 편철해 기록으로 만들고 증거목록을 작성한다. 기소는 범죄사실을 정리한 공소장을 법원에 제출하는 방법으로 한다. 법원은 이 공소장 부본을 피고인이나 변호인에게 보내고, 피고인측은 재판준비를 위해 검찰이 가지고 있는 증거기록을 복사해 열람한다. 


재판이 길어졌다는 것은 증거가 너무 많다는 것 (그래픽=가피우스)

과거에는 검사가 공소장 뿐만 아니라 증거기록까지 모두 법원에 제출하는 방법으로 기소를 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소 방식은 재판 시작 전 일방적으로 재판부에 유죄심증을 심어준다는 이유로 변경 되었다. 현재는 공소장만 법원에 제출하고, 수사기록은 공판에서 증거조사를 거친 후 비로소 법원의 증거기록이 된다. 이런 이유로 재판부는 수사기록 없이 공소장 하나만 가지고 재판을 진행하고(깜깜이 재판), 공판절차의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증거기록을 보기도 한다. 증거조사 과정에서 증거능력이 탈락된 증거는 재판부가 볼 기회조차 없다. 

 

수사기관 작성 진술조서는 변호인이 부동의 한 경우 진술자가 법정에서 진정성립을 인정해야 증거로 쓸 수 있다. 그래서 변호인이 수사기관의 진술조서에 부동의 하면 검사는 기계적으로 원진술자를 소환신청(증인신청) 하는 것이다. 이때 부동의는 증거 자체의 효력 보다 변호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는 의미가 있다. 원진술자를 법정에 불러내어 조서의 내용에 대한 신빙성을 탄핵할 기회를 변호인에게 주는 것이다. 

 

비록 번거로워졌지만 부동의 조서에 대한 진정성립 절차는 간단하다. 원진술자가 법정에서 “이거 제가 진술한거 맞아요~” 한마디만 하면 된다. 통상은 검사가 “이거 증인이 진술한거 맞지요?”라고 물으면 그냥 “네”라고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니까 더욱 단순하다. 이것으로 검찰의 신문절차는 충분하다. 이미 제출된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받으면 그 기재된 내용이 증거로 되므로 반복해서 같은 질문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다만 실무에서는 그렇게 끝내기 뭔가 아쉬우니 통상 형식적인 질문 몇가지를 한다). 이렇게 검찰의 형식적 주신문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진행된다. 증거능력을 획득한 조서내용의 신빙성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변호인이 반대신문권을 행사하기 위해 반드시 진술조서에 대해 부동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서에 대해 동의한 후 원진술자를 변호인측 증인으로 신청해도 된다. 증거로 쓴다는 것은 살펴본다는 것이지 그것을 ‘믿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증거능력의 문제와 신빙성의 문제는 다르다. 어차피 원진술자가 나와 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여될 것이므로 변호인의 부동의는 자신이 증인신청 할 것을 간소하게 한다는 의미 정도가 있지,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자체를 배제하는 건 아니다. 조금 경로가 다를 뿐 어차피 목적지는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인정, 변호인의 반대신문권 보장으로 동일하다. 

 

자, 처음 풍경으로 돌아가 보자.

검사는 변호인이 조서에 대해 부동의 하여 원진술자 소환을 위해 형식적 증인신청을 하였다. 이 증인신청이 필요한 것은 변호인측이다. 변호인이 반대신문을 하려고 부동의 의견을 냈던 것이다. 따라서 재판장은 변호인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 반대신문을 할 것인지 예상시간을 묻게 되는 것이다.

 

검사에게 기소는 수사의 결과물이다.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를 정리해 기록으로 만들고 증거목록을 작성하여 기소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소시에는 이미 검사가 유죄근거로 충분하다고 판단할 만큼의 증거자료를 마련한 상태다. 

 

이재명의 재판과 관련해 지지자들 사이에 “검사가 증거도 없이 기소를 하고는, 공판에 와서 무더기 증거신청을 하더라”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심지어 역사를 연구한다는 어떤 학자도 이런 취지의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이는 형사절차에 대한 무지나 편협한 사고에서 나온 가상의 세계관에 근거한다. 변호인의 활동이 활발하고 장기간에 걸쳐 재판이 진행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검찰이 기소 시 제출한 증거가 많다는 반증이 된다. 검찰이 준비한 증거를 무력화하기 위한 과정이 변호인의 변론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증거 없이 기소했다면 변호인도 할 일이 없다.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기소시 증거가 없으니 그냥 종결을 구하고 선고를 받으면 된다. 검사가 증거 없이 기소하는 경우란 상정하기도 어렵지만 만약 그랬다면 이재명의 재판은 벌써 끝나고 지금은 미소를 짓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여유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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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9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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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10-18 11:57:53

    무죄 프레임으로 여론 선동의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거짓말도 여러번 반복하면 현혹되기 마련입니다.주위에 그런 분들이 없도록 잘 알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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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squf242024-10-16 08:26:00

    상식적인 얘기가 다 상식적으로 들리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네요. 당연히 증거가 있으니 기소한 거고, 피고측이 증거 부동의를 하니 증인이 많은 거고. '검찰조작' 이라는 한 마디로 상식을 흐리고 있어요. 이재명과 개딸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이 너무 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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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ongaphee2024-10-15 15:54:38

    지원자 / 캡션에 '가피우스'라고 써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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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10-15 15:48:31

    역쉬 변호사가 설명해주니 법을 모르는 사람들도 이하하기 쉬울 거 같습니다  검찰이 증거도 없이 기소하고 재판 질질 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설득할 수 있을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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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10-15 14:02:06

    김변님이 풀어주는 글을 보고서야 이해된 부분도 있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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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4-10-15 13:57:30

    진정한 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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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12342024-10-15 12:53:36

    프레임메이커 기사 사진 그래픽은 누가 하시는지. 잘 표현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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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32024-10-15 12:26:51

    프레임메이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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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12342024-10-15 12:25:21

    법,재판에 관한 기사 시원하게 읽었습니다. (그냥 용어로 직행해서 쓰는 것 보다 이해 되도록 쓰는 것이 힘이 들어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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