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 저녁 7시,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이낙연 전 총리의 강연이 열렸다. 이 전 총리의 강연은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열린 강연’으로, 학생과 시민, 교직원 등 약 130여 명이 100명 정원의 행정대학원 강의실을 가득 메운 가운데 약 한 시간 반 동안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복합위기,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 전 총리는 우리나라의 국운이 40년 주기로 변화한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우리 근현대사의 여러 사건들과 역사적 변곡점, 우리 역사와 국제정세와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또한, 40년 주기설에 따라 쇠퇴기에 직면할 우리나라가 당면한 ‘복합위기’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진단했다.
이낙연 전 총리는 “우리 한국 역사는 항상 국제질서의 영향을 크게 받아왔다. 국제질서가 우리에게 불리하면 몹시 시달렸고, 우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때는 국력이 크게 신장했다”며 고종 즉위 1864년, 을사늑약 1905년, 해방 1945년, 민주화 1987년, 그리고 이제 민주화 이후 40년인 2027년의 쇠퇴기가 다가온다고 진단했다.
1. 복합위기, 지정학적 위치와 40년 주기설
이 전 총리는 강연에서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죽음의 조’에 비유하며, 주변 강대국들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대한민국의 정치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는 마치 월드컵에서 독일, 영국, 스페인과 같은 조에 배치된 상황과 같다는 비유를 들어, "대한민국이 이러한 국제적 압박 속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유지하고 자주적 방향을 선택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폴란드와 비교하며, 한국과 폴란드가 공통적으로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지만, 한국은 분단 상태에서 압박을 받고 있어 더욱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제질서가 우리에게 불리할 때 대한민국은 많은 고통을 겪고, 유리할 때는 성장 기회를 얻었다"며, 이러한 흐름이 40년 주기로 반복되었다고 말했다. 고종이 즉위한 1864년부터 1945년 해방, 1987년 민주화까지의 변곡점을 예로 들며, 이러한 주기가 한국의 국운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청중을 향해 “역사의 큰 변곡점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해 전부터 전조와 조짐을 보인다. 여러분은 지금 무엇을 느끼는가? 희망에 벅차 있는가? 아마 답답하실 것이다”라고 말했다.
2. 국제질서의 변화와 한국 근대화의 한계
강연에서 이 전 총리는 일본이 메이지 유신을 통해 근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과정과 한국의 개화기 개혁 시도를 비교했다. 일본은 30대의 젊은 단원들을 중심으로 한 이와쿠라 사절단을 파견해 19세기 선진국들의 과학기술과 경제제도를 배웠고 이를 자국에 적극적으로 모방하고 수용함으로써 빠르게 부국강병을 실현했지만, 한국은 고종을 중심으로 개혁을 시도했음에도 청나라와 일본 등 주변국들의 압박으로 개화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종 시대의 개혁이 실패로 끝나며 우리는 일본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되었고, 국제정세의 불리함이 한국의 근대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조선의 망국을 고종의 무능 때문으로만 돌리는 의견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하며 열강들 사이에서 나라를 지키고자 한 고종의 노력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3. 탈냉전 이후 경제 발전과 미·중 갈등의 영향
이 전 총리는 한국이 탈냉전 시대를 맞아 경제적 번영을 누릴 수 있었던 시기에도 주목했다. 그는 "냉전 이후 우리는 미·중 갈등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외교와 경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며, 노태우 정부 시절 대규모 외교 개방 정책을 통해 소련 및 중국과 수교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외교 및 경제의 지평이 크게 확장되었음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한국 경제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형성하며 수출을 통해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지만, 현재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무역 규제와 같은 경제적 압박이 가중되고 있음을 아울러 지적했다.
또한,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가 현재 미중 갈등 격화로 중국과의 거래 제한을 받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위기와 주가 하락이 우리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위축되고 있으며, 한국 경제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연대, 변화하는 통일 담론
이 전 총리는 북한이 최근 러시아에 파병을 한 사례를 언급하며, ‘매우 심각한 상황’ 이라고 우려했다. 김정은 정권이 트럼프와의 하노이 노딜 이후 최근들어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상황을 진단했는데 북한이 과거 김정일, 김일성 부자 시대 때 나름 주도하려고 했던 통일 담론을 아예 포기하고 대한민국과 단절한 채 러시아와의 군사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전 총리는“북한의 이런 움직임으로 인해 한반도가 더욱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받게 된다면 한반도의 군사적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또한, 과거 박정희 정권이 월남 파병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 유예와 경제 지원을 받았던 것을 상기하며 그와 유사하게 김정은도 이번 파병을 통해 러시아와의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기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이 전 총리는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 미·중 갈등 심화 속 한국의 전략적 방향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 전 총리는 "탈냉전 시대 동안 자유롭게 외교와 경제적 관계를 유지해왔던 한국이 이제 강대국 사이에서 갈등에 휘말리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과 동맹 관계를 맺고 있지만,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미·중 대립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은 반도체, 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제한하고 있고, 한국 역시 이러한 국제정세 변화 속에서 경제적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민주화 이루 40년을 맞는 2027년이 다가오는 시기에 탈냉전이 끝나고 미중 경쟁과 두 개의 전쟁이 진행되면서 우리나라는 복합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국정은 문란하고 법치는 교란되며, 외교, 경제가 어려운데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계기로 군사력 증강과 경제적 원조를 바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이 전 총리는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높은 무역 의존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국제정세의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무역을 통해 한국 경제가 성장했지만 현재는 미·중 갈등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경제적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이런 때 일수록 정부가 기업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하고 메시지를 내야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 뭘 하는지 모르겠다’ 며 크게 걱정했다.
5. 청년들을 향한 제안, 복합위기 극복을 위한 참여와 진영주의 극복
마지막으로 이낙연 전 총리는 외교, 정치, 경제적 복합위기 속에서 청년들의 역할과 관심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치는 도덕적으로 무너져서 국민 일반의 평균적 도덕성보다 더 낮은 사람들이 정치판에 왔다갔다 한다. 욕도 더 잘하고. 법치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 고 말하며 “정치가 도덕적 기준을 잃고 법치주의가 무너진다면 민주주의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치와 사회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과 비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이 전 총리는 맹목적인 정치적 진영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자기 진영에 속하면 도둑놈도 괜찮다고 하고 상대진영 사람이라면 상식적인 말을 해도 나쁘다고 한다” 며 “우리 사회가 진영 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공정하고 건강한 비판의식을 유지해야 한다” 며 정치적 진영을 떠나 한국의 미래를 위해 고민할 것을 청년들에게 요청했다. 강연 말미에 이 전 총리는 “역사의 역사의 주기는 변하지만 그 흐름을 지켜보며 대비하는 국민이 많아야 한다. 우리 청년들이 이러한 위기와 변화 속에서 올바른 방향을 모색한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2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니여니 짱
이낙연총리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너무 좋았습니다.
정말 기가 막히게 부끄러운 사람들이 설쳐대는 지금 얼마나 보배 같으신 분인지 감사할 뿐입니다.
이낙연 전 총리님~존경합니다^^!
이 시대의 해답은 이낙연인데 너무 먼 길을 돌아가는 것 같네요. 이낙연 전 대표님도 새민주도 화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연 총리님 존함만 들어도 아직도 가슴이 찡, 짜르르 합니다.
국정 난맥, 정치 실종
마치 무정부인 듯한 나라 실정 접할 때마다
연총리님이 넘넘 아깝고 애석하고 안타깝고 분노도 치밀어 오르고.... 그렇습니다.
총리님의 통찰력과 혜안, 그리고 두루 박식함과 훌륭하신 인품이 꼭 쓰임이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놔두고 왼갖 부유하는 쓰레기들이 수면을 덮었어요
아마도 국민이 쓰레기를 걷어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이낙연 전총리님은 대한민국을 위한 마스터키 같은 분
시의적절한 강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좋은 기사 감사요
기사 감사드려요
지금 이 나라의 위기는 ㅉㅃ로 대표되는 달리트들이 주제파악을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저 꼴이난 이유가.
국짐이 아직도 숨을 잘 쉬며 잘 나가는 이유가 저 달리트들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우리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연대피님이 희망 입니다.
이낙연님이 답입니다!.
이낙연대통령인 나라에 살고 싶다
반갑습니다 총리님
역사를 바라보는 혜안과 통찰력에 다시 한번 놀랍니다. 고맙습니다! 정리해 주심도 감사 드려요.
유투브로 드렀는데 넘 좋았어여. 이런 분이 계시다는 게 정말 한국엔 행운인데... 꼭 능력을 발휘하실 날이 있을 거라 믿습니다.
정말 좋은 강연이었습니다. 근데 총리님 어디가 아프신건가요. 걱정돼요 ㅜ
논설위원님 질의도 제가 마침 궁금했던 터라 반가웠습니다
강연 내용이 무거웠지만 많은 공부가 되었고 역시 우리가 보는 눈이 있음을 또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안목과 시야를 넓혀주는 귀한 정치인. 나라에서 써야하는 분.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이낙연 총리님의 혜안은 대한민국에 큰 도움이 될듯.
이낙연 대통령 만듭시다.
역시~우리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