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친한계의 김건희 여사 사과요구
최근 국민의힘 내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이 김건희 여사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당내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요구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정 지지율이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국정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와중에 야권은 김건희 여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친한계 인사들은 여론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최소한 김 여사의 진솔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김 여사의 사과가 들끓는 여론을 안정시키고, 당의 지지율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이미 사과했으므로 이제 김 여사 본인의 사과만 남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장동혁 최고위원은 "김 여사가 직접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김 여사의 사과가 당의 위기 극복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과 트라우마가 있는 김건희
친한계 인사들은 김 여사의 사과가 여론의 분노를 낮추고, 야권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여당 일부에서는 사과가 오히려 야권의 공세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건희 역시 사과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어 보인다. 2021년 12월에 '허위 경력 논란'에 대해 사과한 후 여론은 거센 역풍을 맞은 과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직접 작성한 사과문'을 낭독했다.
"제가 남편을 처음 만난 날, 검사라고 하기에 무서운 사람인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늘 같은 옷을 입고 다니고 자신감이 넘치고 후배들에게 마음껏 베풀 줄 아는 그런 남자였습니다.몸이 약한 저를 걱정하며 ‘밥은 먹었냐’ ‘날씨가 추운데 따뜻하게 입어라’ 제게 늘 전화를 잊지 않았습니다.그런 남편이 저 때문에 지금 너무 어려운 입장이 됐습니다. 제가 없어져 남편이 남편답게만 평가받을 수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라고 하고 싶습니다. 저는 남편에 비해 한없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남편 윤석열 앞에 제 허물이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참으로 기괴한 사과문 아닌가.
이게 과연 사과문일까, 남편 자랑일까, 혹은 발라드 노래 가사일까?
사과의 내용도, 쟝르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사과문 때문에 김건희는 국민들의 조롱을 한 몸에 받았다.
기괴한 사과는 또 있었다. 2024년 7월 검찰의 비공개 조사를 받던 도중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입장을 말했다는 김건희 변호인의 유튜브 인터뷰는 안 그래도 열받은 국민들의 복장을 터뜨렸다. 사과를 검찰에게 하고 그걸 또 변호사가 전하다니?
이후 김건희는 사과를 원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이런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사과해서 해결된다면 천 번 만 번 하겠지만 이슈가 커질까봐 사과를 못한다'
올해 진중권 교수와의 통화에서는 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명품백 건에 대해 사과를 말린 사람들이 나를 이용해 이익을 추구한다'
사과하면 사태가 더 악화될까봐 그러는지, 아니면 자존심 때문인지. 갈팡질팡 판단을 못하고 있다.
사과로 잘 된 케이스?
질문 자체가 우문이다. 사과의 효용을 따져보겠다는 것 아닌가. 사과는 잘못했으면 당연히 하는 것이다. 사과의 결과는 사과 받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그래도 굳이 따져보겠다면 성공한 사과와 실패한 사과가 케이스별로 존재한다.
오바마는 대통령은 취임 2주 만에 고위직 인사들의 탈세 스캔들이 터져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그 때 오바마는 정치인 특유의 완곡화법 없이 '내가 일을 망쳤다', '내 스스로에 대해 좌절감을 느낀다'며 직설적으로 사과했다. 책임을 돌리거나 스캔들의 당사자들을 탓하지도 않았다. 곧 민심은 잠잠해지고 진솔한 사과는 언론들의 호평을 받았다.
2014년에 파키스탄과 아프간 국경에서 민간인 오폭 사망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오바마는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다' 라고 사과했다. 그 때의 폭격은 빈 라덴 암살처럼 오바마가 개별적으로 승인한 작전이 아니었고 미리 정해둔 포괄적 군사 행동 지침에 따라 군이 한 폭격이었지만 군 통수권자로서 본인의 책임을 크게 인정하고 사과한 것이다. 오바마도 재임 중에 과오가 없지 않겠지만 결정적인 국면에서 보여준 겸허한 사과와 진솔한 태도만큼은 대중의 인정을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이던 2003년 2월, 대구에서 지하철 참사가 일어났다. 한 사람의 어처구니 없는 방화로 무려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노 당선자는 참사 발생 사흘만인 21일에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희생자 가족들과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하늘을 우러러 보고 국민에게 죄인 된 심정으로 사후 대처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아직 국정에 임하지도 않은 당선자의 신분으로 애도하고 정치적 책임의 차원에서 사과를 한 것이다. 공격할 기회를 보고 있던 반대편 조차 잠잠하게 만든 사과였다.
YS와 DJ는 임기 말에 주로 아들 문제로 대국민사과에 나서야 했다. 자식 문제로 대중에게 사과하는 심정이야 오죽했겠을까마는, 두 대통령은 청와대 단상에 서서 정식으로 사과문을 낭독했다. 대변인 성명이나 누구의 전언을 빌지 않고, 모자란 자식을 둔 아버지이자 대통령으로서('이 모두가 저의 부족함과 불찰 때문입니다' - 2002.6.21 김대중 대통령) 정식으로 국민 앞에 사과를 한 것이다.
거세게 비판하던 이들도, 예의와 격식을 갖춰 참회하는 사과하는 아버지의 모습만큼은 동정했다.
사과로 망한 케이스
박근혜 만큼 사과로 망한 케이스도 드물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까지 들었다"는 유행어가 되어 조롱받았지만 박근혜의 사과가 망한 것은 사과문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사과가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청와대 단상에 섰을 때는 이미 국민들이 탄핵을 결심한 시점이었기에 그의 사과는 정권의 붕괴를 여실히 보여주는 신호였고 탄핵운동에 불을 붙이는 기폭제가 되어버렸다.
2014년 교육감 선거에서 오버액션으로 '딸아 미안하다'를 외친 기괴한 고승덕의 사과는 인터넷 밈으로 박제되어 버렸다.
아들 도박 및 성매매 의혹에 사과를 했던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는 어땠는가. 어떻게든 정치적 손실을 줄이고자 초 스피드 사과를 했다가 '진정성 없는 사과'라며 오히려 욕을 먹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는 아들문제가 불거지자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 아들은 성년이니 남이다' 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빈축을 샀다.
2014년 허위 출장비로 논란이 된 노노무라 류타로 일본 효고현 의원은 가장 괴상한 사과로 지구적 욕을 먹은 사례다. 기자들의 명함을 모두 달라며 시작부터 사과 기자회견을 지연시키더니 돌연 호통을 치고, 대성통곡을 하고 손을 귀에 올리고 눈을 감는 등 황당한 행동을 해 세계적 망신을 당했다.
다시, 김건희의 사과 문제로
말 할 것도 없다. 사과를 해야 한다.
취임을 앞두고 '말아먹었던' 허위경력 사과에 대해 당시 이수정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김씨 본인이 직접 쓴 사과문이기 때문에 감성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촐싹대는 이재명도, 고함을 지른 고승덕도, 하다못해 노노무라 류타로도 망하고 싶어 그렇게 사과한 것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대중에 대한 감각이다.
김건희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본인이 그런 류의 센스가 뛰어나다고 믿는 것이다.
확실하게 알려주고 싶다.
아니다. 당신 센스 없다.
검찰총장 부인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의 외양과 유출된 통화 녹취, 공개된 영상들, 공석에서의 말과 행동을 지켜본 바 김건희의 '감각'은 확실하게 '구리다'고 말할 수 있다.
김건희는 혼자 동떨어진 자신만의 좁은 인식과 후진 감각을 갖고 있으면서
남보다 뛰어나다고 여기는 것 같다.
김건희가 무엇인가 하려고 할 때 마다 대중이 '킹받는' 이유가 그것이다.
사람들이 김건희를 싫어하는 것은 그가 거짓된 경력과 주가조작 혐의를 안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서툴지만 익숙한 척 하고, 못하는데 잘 하는 척 하고, 모르면서 다 아는 척 하는 눈치 없음과 안하무인.
그것이 대중을 심히 짜증나게 한다. 김건희는 다른 건 몰라도 대중을 화나게 하는 능력은 확실히 출중한데 정작 본인은 자신의 등장에 대중이 왜 그렇게 열받아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대책은 간단하다.
김건희는 사과하라.
사과문은 전문가에 맡겨라.
튀려고 하지 마라.
제발 뭔가 잘 하려고 하지 마라.
제2부속실을 설치하라고 모든 사람들이 조언할 때 무시했던 본인의 과오와 욕심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