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해서 쓰는 컬럼이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터져나온 정봉주의 설화사건이 커져만 간다.
이 사건이 커지는 이유는 다들 정봉주의 말귀를 못알아먹기 때문이다.
첫째로 개딸들이 못 알아듣고, 둘째로 소위 이재명을 지지하는 명튜버들이 못 알아 듣는다. 그리고 언론이 못 알아 듣는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이 못 알아듣는다.
'정봉주가 정봉주한 사건'이라 한 줄로 정리하면 끝날 것을, 정봉주의 속내를 각자 마음대로 해석하느라 파장은 커져만 간다.
사건은 이렇게 시작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수석 최고위원 자리를 놓고 최고위원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정봉주가 치고 나간다. 이에 경계심을 느낀 이재명 전 대표가 견제를 한다. 이 견제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정봉주는 주변 지인들이 걱정하자 허세를 떤다.
'다섯 명 안에만 들어가면 된다. 최고위원회의는 만장일치제다. 두고 봐, 내가 들어가면 어떻게 하는지'라거나, '최고위에 두세 명 자기 사람 넣어서 소꿉놀이 하면 또 (대선에서) 진다. 대통령이 못된다.'는 식이다.
정봉주가 허세를 떠는 이유는 1위를 놓치는게 안타까워서가 아니다. 민주당 정치인으로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인 '명심'을 얻지 못한 것이 망신스럽고 체면 구기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1위가 아니라 명심(明心)을 갖지 못한 것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들통났기 때문이다.
개딸들과 명튜버들은 정봉주가 이재명을 저격한 것이라 오해했고, 언론들은 이재명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떠들었다. 최고위원 후보들은 정봉주의 표를 뜯어가기 위해 일제히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주말동안 포연(砲煙)이 가라앉자 많은 평론가들이 정봉주가 납작 엎드려 개딸들에게 사과할 것이라 예상 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정봉주는 더 강경한 언어로 입장을 내놓았다.
'당 내부의 암덩어리인 '명심팔이'를 뿌리뽑아야' 하며 '어떠한 모진 비난이 있더라도 이들을 도려내겠다'는 것이다.
어떤가? 정봉주의 입장 그대로 아닌가? 내가 갖고 싶은 명심, 그걸 독점해 팔고 있는 세력에 대해 경고를 날린 것이다.
이렇게 확실하게, 알아듣기 쉽게 말을 했건만, 야속한 개딸들은 이번에는 지지자들에 대한 공격이라 오해를 했다.
재명이네 마을은 정봉주에 대한 공격을 직접적으로 지시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이쯤되면 정봉주도 지칠 만 하다. 페이스북을 통해 해명에 나선다.
"정봉주가 당원들, 개딸들과 싸운다? 당원 여러분들이 살려주신 정봉주다. 당원대회 기간 중 김두관 후보의 '개딸' 발언에 대해 즉시 사과를 요구했던 바로 정봉주다."
그렇다. 정봉주는 친명 아래로는 덜친명, 친명 위로는 찐명까지 있는 민주당의 계급에서 찐명이 되고 싶었을 뿐이다. 이재명의 심기를 거스르려던 것이 아니라 이재명의 심기에 더욱 다가서고 싶었으나 이를 막아서는 찐명이들에게 삿대질을 한 것이다. 그러니 그가 최고위원이 되면 얼마나 이재명에게 충성을 하겠나? 이를 몰라주는 개딸이 야속할 법 하다.
이야기를 이어가보자. 정봉주가 직접 '최고위원 후보 중에는 명팔이가 없다' 분명히 얘기했건만 경쟁 후보들은 모두 '나를 밟고 가라'(김지호), '나는 이재명을 더 팔겠다'(강선우), '누가 명팔이인지 밝혀라'(한준호), '이재명 공격하는 자가 진짜 명팔이'(김병주) 등등의 언사를 뱉으며 '본인들이 진정한 명팔이'임을 인증하고 나섰다.
아무래도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정봉주는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유일무이한 비명 정치인이 될 것 같다.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서.
한 때 손학규를 위해 이재명 변호사의 박스떼기에 육탄전을 불사했던 정봉주였지만, 지금은 충성의 대상이 이재명으로 바뀐 정봉주의 새로운 충심을 누군가는 알아주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답답해서 쓰는 컬럼이다. 나는 정봉주의 말귀를 못알아듣는 세상이 답답하다. 만일 정봉주가 이 글을 읽는다면 다소의 비아냥기는 있지만 그래도 본인의 마음을 알아주는 문장에 가슴이 뻥 뚫린 듯 시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