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이 내각 인선에 속도를 내면서 파격적인 인사 행보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새로 생길 ‘정부효율부’ 장관에 일론 머스크를 임명한 트럼프 당선인은 국방장관에 40대의 폭스 뉴스 앵커, 피트 헤그세스를 지명했다. 헤그세스 지명은 일론 머스크의 내각행에 이은 충격으로 국방부는 물론 공화당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다.
29대 미국 국방장관에 지명된 헤그세스는 44세로 폭스뉴스의 ‘폭스 앤 프렌즈’ 의 주말 공동진행자를 맡아왔다. 그는 폭스뉴스에 자주 출연하던 트럼프와 수년 전 부터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헤그세스에 대해 “강인하고 똑똑한 미국 우선주의의 진정한 신봉자, 폭스뉴스에서 일하며 폭스뉴스를 군과 예비역을 위해 싸우는데 활용했다” 라고 밝혔지만 그의 경력, 특히 군사와 외교분야의 경험은 이전의 국방장관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동안 미국 국방장관은 명망있는 예비역 장성들이 맡아왔는데 헤그세스의 군경력을 아무리 높게 쳐도 소령급인데다가 프린스턴대를 졸업하고 육군 장교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경험을 갖고 있긴 하지만 미국의 국방장관은 고작 그정도의 경험으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미 국방부 관계자들은 “한 마디로 충격” 이라는 반응이다. AP통신 취재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의 공직자들은 헤그세스의 인선을 전혀 예상치 못했고 부처 전체가 “당혹감 속에 걱정에 빠져있다"고 전했다. 한 고위 인사는 “그가 막대한 인력과 예산을 가진 대규모 부서를 관리할 경험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고 전했다. 상원 인준 과정에 참여할 공화당 인사들도 충격 속에 일단은 침묵하고 있다고.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기 임기 동안 두 명의 국방장관을 임명했고 한 명의 대행체제로 국방부를 운영했다. 트럼프 재임 당시 장관들과 대통령의 불화때문에 미 국방부 조직은 잦은 수뇌부 교체가 이뤄져 불안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별명이 ‘미친개(Mad Dog)’ 일 정도로 강성이지만 군 내에서 신뢰받는 ‘명장'으로 유명했던 제임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와 줄곧 대립하다가 트럼프의 시리아 철수 결정 반대를 이유로 사임했다. 그는 사임하면서 트럼프에게 장문의 공개서한을 남겨 트럼프의 대외정책과 군사정책을 강하게 비판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트럼프를 비판했다. 트럼프 임기말의 마크 애스퍼 장관은 블랙라이브즈매터(Black Lives Matter) 시위 때 군대를 동원해 민간인들을 무력진압하려 했던 트럼프에 반대하다가 트럼프의 트위터를 통해 해임됐다. 애스퍼 장관 역시 후일담에서 ‘트럼프에게 맞섰던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트럼프는 1기 임기 내내 군 수뇌부와 갈등했고, 군에 대해 언급할 때 마다 '매티스의 서한을 증오한다' 고 악담했으며 '군인들이 대통령인 자신을 가르치려한다'며 노골적으로 못마땅해 했다. 밴스 부통령 당선자를 트럼프에게 추천했고 2기 내각의 인선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는 트럼프 주니어는 최근 “정당하게 선출된 대통령보다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내각에 두고 싶다.” 고 발언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인 마크 캔시언은 “트럼프는 국방장관들과의 갈등에 지쳤고, 자신에게 충성할 사람을 선택한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장관 직무에 걸맞는 경험이나 평판보다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충성도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일천한 경험이지만 헤그세스는 나름대로의 군사관이 있다. 그는 폭스뉴스 방송에서 ‘남성과 여성이 함께 복무하는 것이 좋다’ 고 주장한 바 있고, 트럼프 1기 시절의 김정은 위원장과의 북미대화, 한국에 방위비 증액 정책같은 트럼프 노선에 적극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한국과 관련해서 한 말 중 가장 알려진 발언이라면 2018년 1차 북미정상회담 전에 폭스뉴스 프로그램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해 “데니스 로드맨(농구선수) 를 만나길 원하고 미국 프로농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 주민을 살해해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진 않을 것.” 정도일 것이다.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의 군사분야와 외교가에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소령 출신 국방장관, 헤그세스가 장관이 된다면 과연 미국의 군사정책을 어떻게 바꾸고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줄까? 미국 정가와 언론 일각에서는 그가 장관이 되더라도 꼭두각시 장관 노릇을 하고, 실제 중요한 결정은 트럼프 가족(특히 장남 트럼프 주니어) 의 ‘이너서클’에서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한다. 어떻게 되든 세계와 한반도에 걱정되는 상황임은 확실하다.
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외보 군사 분야에 일천하지만 자기 입맛대로 움직여줄 충성스러운 허수아비륻 세우려는 트럼프 남의나라지만 걱정되긴 하네요
'전쟁은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 앞으로는 하지 않겠다'로 읽히네요.
좋은기사~ 너무감사해요~
국제통이셨군요~~김선위원님
유익한 기사 항상 잘읽고있습니다. 꾸벅
김선 님 칼럼 유익해요. 감사합니다.